지난 10월 16일~17일까지 생애 첫 1박2일(대피소 이용) 등산을 설악산으로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혼자서...
처음으로 1박2일 등산가는 사람이 저처럼 혼자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것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소청대피소에 갔을때도 혼자서 온 사람은 5~10% 정도 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이번 설악산 1박2일 등산은 4번째 도전 후 성공한 것입니다.
작년 10월에 대피소 예약을 했지만 비가와서 취소했고 지난 5월 입산금지가 풀리면 바로 가려 했는데 5월인데도 날씨가 너무 더워서 포기 했고 지난 9월에도 예약하려 했지만 역시 비가와서 포기 했습니다. 네번째 도전한 이번 등산도 비가 예보되어 있었지만 첫날 오전에만 온다고 하길래 그냥 되는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취소 안하고 진행했는데 다행히 비는 안맞았습니다.


처음가는 1박2일 등산이라 무엇을 준비해야되는지도 잘 모르겠고 인터넷 찾아봐도 특별히 눈에 띄는것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이제까지의 등산경험으로 준비해서 갔습니다.
4번의 식사를 산에서 해야되기 때문에 배낭무게가 걱정되긴 했지만 의외로 견딜만 했습니다.



준비물
여벌옷(상의) 1개, 양말 1개, 수건, 장갑, 스틱, 모자, 선글라스, 카메라, 보조밧데리, 물티슈, 휴지, 상처용 밴드

먹을것
물 500ml 3개, 햇반 6개, 김치 1통, 삶은계란 4개, 참치캔(100g) 4개, 초코바 2개, 사탕 6개, 미니초코렛 10개, 사과 1개


삶은계란과 사과는 예상품목에 없던것인데 어머니께서 가져가라고 하셔서 연양갱 2개와 초코바 1개 빼고 넣은 것입니다.
삶은계란은 전날 저녁에 삶아놓은 것이라 빨리 먹어야 겠다 싶어서 첫날 저녁이 되기 전에 바로 다 먹어버렸고 사과는 둘째날 아침에 먹었는데 간편하게 먹기 좋아서 가져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은 새것 1개와 집에있는 물 담아서 2개 가져갔습니다. 배낭이 무거우면 물 버리고 대피소에서 사먹을 생각이였는데 버린물도 없고 물 3병으로 1박 2일 버텼습니다. 일부러 물 아낀건 아닌데 물 많이 안먹고도 버텨지네요. 날씨가 쌀쌀해서 땀을 많이 안흘려 그런것 같기도 합니다.
햇반과 참치캔만 이용해서 밥을 먹을 경우 참치캔 1개에 햇반 1.5개를 먹을수 있습니다.
먹을것은 다 먹지 못해서 햇반1개, 참치캔 2개, 초코바 2개, 미니초코렛 8개, 김치(절반이상)를 남겨왔습니다.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나 전날 저녁에 준비해둔 물건들을 배낭에 넣으면서 출발 준비를 하나씩 하고 계란후라이에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밖에 번개가 치고 비가 많이 내립니다.
첫날 6시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이렇게 잘 맞을 줄이야... 조금 올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이 옵니다. 집 밖으로 나갔을때는 비가 그쳤지만 혹시 몰라서 버려도 되는 우산 1개 챙겨서 백담사에서 버리겠다는 생각으로 가져갔습니다.
우의가 배낭에 있지만 대중교통 이용하면서 우의를 입을수는 없자나요 ㅋㅋ
그런데... 우산을 사용할 일은 없었고 백담사에 쓰레기통이 안보여서 못 버렸습니다. 대피소에서 버려야 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대피소 역시 쓰레기통이 없고 배낭이 특별히 무겁다는 생각도 안들어서 그냥 1박2일동안 계속 가지고 다니면서 집에 다시 가져왔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강변역으로 가면서 준비물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니 쓰레기봉투를 안가져왔습니다. 산에는 쓰레기 버릴곳이 없어서 쓰레기봉투는 필수거든요. 대체용으로 쓸만한것도 배낭에 없었습니다.
강변역에 가면 가게에 양해를 구하고 봉투를 얻어보자는 생각으로 갔습니다.
강변역에서 동서울터미널로 가는 횡단보도를 건너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갔습니다.

나 : '저기... 죄송합니다만 비닐봉투 하나만 얻을수 있을까요?'
점주 : '파는건데요'
나 : '..... ;;;;;'

뭐 점주말이 틀린건 아닙니다.
나는 급했기 때문에 돈주고라도 사고 싶었지만 현금은 만원짜리 밖에 없었습니다. 만원 내밀면서 비닐봉투 한개 주세요 하면 그 점주가 판매했을까요?? 점주가 비닐봉투 한개도 아까워하는 매정한 사람인데 나도 그에 걸맞게 행동하는것도 좀 아닌것 같아서 뻘쭘히 바라만 보다가 그냥 나왔습니다.
내가 동서울터미널에 얼마나 가겠냐마는 아마도 그 편의점은 절대 안갈것 같습니다.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 가게를 기웃거리면서 봉투 한개를 얻었습니다. 감사했죠... 근데 너무 작았습니다. 다른 가게에 들려서 하나 더 구해봤습니다. 사용흔적이 많이 나는 중고 비닐봉투였지만 저에겐 감사할 뿐입니다.
보통사람들 같으면 가게에 들어가 뭐라도 좀 사면서 비닐봉투를 구했겠지만... 딱히 필요한것도 없고 배낭무게를 늘리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철판깔고 정중히 구해서 얻었습니다.



참고로 국립공원 탐방안내소나 탐방지원센터에 가시면 산에 쓰레기 버리지 말라고 비닐봉투를 제공합니다. 물론 다 떨어져 없을수도 있습니다. 지나는 길에 백담사탐방안내소에 들어가 비닐봉투를 하나 더 얻어서 산에 올라 갔습니다.


평소에 아침먹는 시간이 아닌데 너무 일찍 먹어서 그런지 아침에 속이 편하진 않았습니다.
다음부터는 그냥 아침먹지 않고 나와서 평소에 아침먹는 시간 맞춰서 간단한 요기라도 하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이제 소청대피소 이용 후기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소청대피소에 도착한 시간은 4시 20분 쯤 이고 4시 30분 부터 체크인 후 입실 가능합니다.
체크인 하면 대피소이용권과 담요사용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담요는 1장에 2천원 입니다. 보통은 2장씩 가져다 사용합니다.



제가 이용한 214번 자리 입니다.



제 옆으로 2명이 더 이용 가능하지만 제자리는 기둥 옆 단독으로 마련된 자리라서 옆사람과 전혀 불편함 없이 이용 가능한 독립된 자리입니다.
바로 옆이 신발장이라서 신발냄새가 좀 나지 않을까 싶었지만 지저분한 등산객이 없었는지 냄새때문에 신경쓰이는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출입문 옆이라서 잠잘때 비상구 불빛이 신경쓰이기 때문에 불빛 있는곳을 뭔가로 가리는게 좋을듯하고 등산객들의 들락거리는 소리를 다 들어야 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저처럼 혼자온 사람은 관리자분이 알아서 이런 독립된 자리로 배치해 주는것 같지만 늦게오면 이런자리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자리 배정받고 싶은분은 입실 시작시간 맞춰서 빨리 오시기 바랍니다.
여자와 남자는 구분해서 배치해 주지만 남녀혼합 팀은 함께 배정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여자분이라 할지라도 늦게 오셔서 배정 받으면 어쩔수 없이 모르는 남자 옆에서 잠자게 될지도 모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14번 자리는 2층이라서 사다리같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오르내리는데 좀 불편했습니다.



옆쪽에 올라가는 2층 계단입니다.
제가 있는 자리와 계단이 같은 모양이며 저쪽 2층에는 4명이 이용가능합니다.

건너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일반계단처럼 어느정도의 각도가 있어서 오르내리는데 큰 불편함은 없어보입니다.
계단옆에 보이는 흰색 네모난 물건이 난방장치입니다. 침상 바닥은 난방이 되질 않습니다.


저는 따뜻한 옷을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는데 다른 등산객들은 따뜻한 옷을 별도로 준비해 와서 겹쳐입거나 갈아입고 자더군요. 저는 잘때 추워서 자켓도 그냥입고 양말도 신고 담요를 덮고 잤습니다. 너무 추웠거든요... 나중에는 따뜻해져서 자켓은 벗고 잤지만 가을에 또 오게 된다면 따뜻한 내피는 꼭 준비해야 될것 같습니다.


저녁 9시에는 소등에 들어갑니다.
아직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소등해도 대화하는 사람 코고는 사람들로 인해 잠을 쉽게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어느덧 짐싸는 소리와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새벽 4시 10분쯤 된것 같은데... 일출보러 가는 사람들이 일찍일어난 것입니다.
모두다 일출보러 가는것도 아닌데 짐만 싸서 조용히 나갈것이지 왜 그렇게 대화들을 많이하면서 시끄럽게 하는지 정말 매너 없는 등산객들이였습니다.
4시 50분쯤 되니 시끄러운 사람들이 다 나가서 코고는 사람도 없고 조용해졌습니다.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2층은 나만 혼자 남았고 아랫층은 일출보러 나간사람 없이 그대로인것 같았습니다.


잠도 다 깨고 설악산 새벽하늘이나 볼까 해서 밖으로 나가봤습니다.
밤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맑고 깨끗했으며 별이 엄청 많았고 별똥별도 봤습니다. 아마도 오늘 일출은 깨끗하게 잘 보일것 같습니다. 그리고 운해같은건 볼수 없을것 같구요...
취사장에서는 일출을 보기위한 사람들의 아침 식사가 한창이였습니다.


다시 숙소로 들어가 넓은공간을 혼자 쓰면서 잠을 잤습니다.
잠시 잔것 같은데 관리자가 들어와 불을켰습니다. 점등시간이 된것 같습니다. 시계를 보니 6시 10분쯤 됐습니다.
그래도 그냥 잤습니다. 다른이들도 그냥 자더군요.
하지만 오래 잘 수는 없었습니다. 6시 40분쯤 되니까 관리자들이 들어와서 담요를 걷어갔습니다. 퇴실하라는 이야기는 안하지만 담요를 걷어가서 늦잠 자기는 어려울것 같습니다.
뒹굴뒹굴 하다가 8시 넘어서 퇴실하려고 했는데... 7시쯤 퇴실하여 대청봉으로 갔습니다.





저는 대피소에서 씻는행위를 못하는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가져 왔는데 다른사람들을 보니 세수는 안하더라도 칫솔은 가져와서 이를 닦더군요. 대피소에서 제공하는 식수는 식수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면 안되지만 본인들 물은 아까운지 안쓰고 식수를 이용해서 이를 닦는 모습이 좀 보였습니다.
저는 어쩔수 없이 하산할때 계곡에서 씻었습니다. 계곡은 못들어가게 막아놓은 구간도 있지만 막지 않은 구간이 더 많습니다.


대피소에 있는 취사장은 이용을 못했습니다. 끼니때는 사람들이 많아서 들어가기 어렵고 밖에서 이용하기엔 바람이 너무 차갑습니다.
그래도 밖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먹는 이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가능한 것이겠죠 그런데 일부 등산객은 혼자와서 고기까지 구워 쌈싸먹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저는 대피소에서 한끼도 안먹었습니다.
저는 취사도구가 없거든요. 이날 제가 본 대피소 등산객들은 100% 전부 다 취사도구를 이용해 밥 먹었습니다.
저는 그냥 햇반에 참치캔과 김치가 전부인데... 초라하게 혼자서 그것들 꺼내 먹기가 좀... 물론 찬밥이라 별로 땡기지도 않았구요.

첫째날은 봉정암 가기 전 그늘에서 찬바람 맞으며 찬밥 먹었고 둘째날은 첫째날 경험을 토대로 햇빛들고 바람도 안부는곳 찾아서 찬밥 먹었습니다.
설악산 등산하면서 체력적인 고생도 있었지만 찬밥먹는 고생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먹는것에 좀 더 신경써서 준비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져갔던 김치는 플라스틱 통에다 국물 빼고 담아서 랩씌우고 꽉 잠가서 가져갔는데 꺼내보니 국물이 새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김치가 발효되서 부풀어 올라 이렇게 된게 아닌가 싶은데... 다음에는 이 부분도 신경써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 먹은 참치캔 처리에도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저는 쓰레기 비닐에 담아서 배낭뒤에 매달고 다녔는데. 이 비닐이 흔들리다보니 참치캔 날에 비닐이 살짝 찢어진것 같습니다. 그래서 약간 남아있던 참치캔 국물도 배낭에 흘렸고...



덕분에 집에와서 배낭은 세탁을 해야 했습니다.


이번 등산은 저에게 첫 경험이자 추억꺼리가 됐습니다.
다음에 또 대피소 이용 1박2일 등산을 도전한다면 추울때는 별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면 찬밥먹기 싫어서요 ^^;
그래도 설악산은 또 와보고 싶습니다. 제가 가본 산 중에 가장 멋진 산이에요. 특히 천불동 계곡 최고!!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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